사실 이 책에 관심을 갖게된 것은 최근에 본 넷플릭스 오리지널의 "퀸스갬빗"의 주연이었던 안야 테일러 조이(Anya Tailor Joy)의 필모그래피를 훑어보다가 우연히 발견한 영드 때문이었다.
트레일러가 상당히 인상적이었는데 그 제목이 "더 미니어처리스트"였더랬다.
안야테일러조이의 마스크는 개인적으로 상당히 독특하다고 생각하는 부분이 직업 모델의 경력답게 유니크하고 트렌디한 요즘얼굴임에도 불구하고 전통극(?)에 대한 소화력이 상당하다는 점에있다. 이 드라마는 2017년 bbc에서 방영되어 1시즌 총 3편의 시리즈로 구성되어있으며 IMDB 7/10점 ROTTEN TOMATO 76% 정도로 평가자체는 나쁘지않은 정도이다.
(국내에서는 시청가능한 채널이 없고 아마존 프라임에서 유료 결제후 시청이 가능한 것으로 보인다www.amazon.com/The-Miniaturist-Season-1/dp/B07GTB3PN3)
다만 리뷰를 쓱 훑어보면 시청자에따라 호불호가 극명하게 갈리는 평가가 코멘트로 달려있는것을 확인할 수 있는데 장르의 특수성이라던지, 폐쇠적인 공간에서 너무 많은 사람이 등장하는 다소 산만한 스토리 전개때문이라고 생각할수도 있고, 개인적으로는 작가 JESSI BURTON의 처녀작으로 알고있는데, 소설가로서의 연륜이 다소 쌓이지않은 작가의 의욕(?)이 스토라인의 산만함을 배가시킨것은 아닌가 생각해볼 수도 있다.
하지만, 확실한건 16세기 동인도회사와 무역업의 활황기였던 암스테르담의 배경이라는것은 그것만으로도 충분한 볼거리를 제공한다고 생각한다. 여튼. 나는 드라마를 본것이 아니므로...
그녀의 전작인 더 위처, 엠마 등등에서 중세시대의 의복을 입고나와서 찰떡같이 소화하는모습을 보면 타고난 배우라는 생각을 들게 한다. 향후 그녀의 필모그래피에 있어서도 이부분은 엄청난 강점으로 작용할 것이다. 그리고 그녀또한 이부분이 자신의 장점임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듯하다. 여담으로 그녀의 인스타그램에는 여느 배우의 북스타그램 못지않은 진행형 도서 리스트가 종종등장하는데 그녀의 차기작에 대한 예상을 해볼 수 있는 재미와 더불어 관심있게 지켜보는 여배우가 흥미롭게 읽는 리스트를 공유받는다는 것 또한 소소한 재미이다. (나만?)
본론으로 돌아와서 더 미니어처리스트의 트레일러는 아래와 같다.
(다시보니 원작의 원형 그대로를 정말 잘 복원했다는 생각이 든다)
여느 풍물장수 못지않게 영화소품을 유심히보는 입장으로서는 (혹은 아니더라도) 장식장의 정교한 미니어처 모형 + 16세기 암스테르담의 모습 + 흡입력가득한 떡밥을 품은듯한 트레일러의 전개는 컨텐츠 소비자로서 텍마머니~ 할 요소가 다분하게 배어져있었다.
안타깝게도 국내에서는 정발된 시청방법이 존재하지 않아 드라마 컨텐츠를 구하기 어려웠고 더욱이 해외드라마로 방영되어 방대한양의 컨텐츠를 구하는데에는 어려움이 따랐다. 영상대신 책이라고 내용을 훑어볼만한 원작이있을까 찾아보던 중 다행히(!) 2016년 번역된 "더 미니어처 리스트"라는 책을 발견해서 하루만에 완독한 후기를 기록하려고한다.
일단 책은 e북으로도 구하기 쉬운편이었는데, ridibooks나 밀리의서재에서 평가가 생각했던것 보다 약해서 의아스러웠다. 이미 트레일러만으로는 컨텐츠 떡밥이 어마어마할것으로 기대했는데 역시 용두사미인가 싶기도했다. 어쨌든 읽어내려가보기로 했다.
참, 작가가 이 작품을 집필할때 암스테르담 국립미술관에서본 페트로넬라 오트만의 캐비닛하우스라는 실제 작품을 보고 영감을 받아 상상력을 덧댄 작품이라고 한다. 책의 첫표지에 드러나는 정교한 장식장의 미니어처들은 너무도 정교한 나머지 기괴한 느낌마져주는 느낌이다. 작가 역시 그부분을 잘 살려냈다.
등장인물
- 페트로넬라 오트만(Mrs.브런트)
브런트가문에 시집온 명실상부한 안주인이지만 그의 시누이와 정체를 알 수 없는 남편의 행방으로 자신의 입지에 갈팡질팡하고 있다. 그러던 중 남편에게 결혼선물로 받은 거북이 등껍질 장식의 미니어처 장식장을 선물받고 정체모를 미니어처리스트의 택배를 받게되는데....
- 요하네스 브런트
넬라를 암스테르르담으로 시집오게한 장본인. 부모님과의 혼담을 통해서 무려 띠동갑 이상인 원숙한 상인과 이제 갓 17세의 처녀인 넬라의 혼사는 성사된다. 네덜란드의 시골마을에서 헤르헹게트 운하가 바로보이는 대 상인 브런트가문의 실 소유주인 그녀의 남편. 그러나 결혼 이후 넬라는 요하네스의 어떠한 모습도 마주칠 수 없게되는데...
- 마린
사실 난 이 소설의 여주는 넬라보다 마린이 아닐까라는 생각을 한다. 실질적인 설탕, 곡물, 향신료(육두구) 등의 판매관리와 장부정리를 총괄하는 브런트 집안의 실질적 안주인. 요하네스는 실제 항해를 통해 새 식민지의 물자를 관리하고 판매자를 접선하는 행동파적인 면이있다면 실제 암스테르담 최고의 상인가문인 브런트가의 실세는 마린이다. 청교도적인 극도의 절제된 삶과 수행자와 다를바없는 청빈한 삶을 지향하는 그녀는 넬라에게 항상 의문의 존재이자, 그녀를 옭죄는 관계로 다가온다.
- 오토
암스테르담에서 유일한 흑인으로 그당시 흑인 멸시와 무시받는 관습을 온몸으로 맞아내고 있는 인물. 브런트가의 하인이지만 요하네스는 그를 동등한 사업적 서포터로 생각하는 것 같다. 소설상에서는 신 개척지에서 요하네스가 쓸만한 재능이있는 오토를 구매해서 암스테르담으로 데려온것으로 나오는데, 절차만 주-종관계일 뿐 오토를 리스펙하는 요하네스의 면모를 확인할 수 있다.
- 코넬리아
넬라 시중하는 하녀, 첫만남은 어색했지만 넬라를 생각하는 마음만큼은 진심이다. 다소 자신의 상상으로 넘겨짚는 경향이 있지만 브런트 집안에서 자신의 직분에 만족하며 최선을 다하고 있다. 같은 브런트집안 하인인 오토를 '투트'라고 부른다. (이소설은 인칭대명사가 너무 다양해서 주인공 이름 찾다가 시간 다간다;;)
- 프란스 미어만스
요하네스와 비즈니스 파트너로 절친한 친구사이지만 설탕 판매 사업권관려해 좀처럼 벌어지는 의견차이를 좁히지 못하고 갈등을 유발하게된다. 프란스는 요하네스와 마린가문 사이의 일련의 갈등을 통해서 요하네스와의 관계에 새로운 방점을 찍게된다.
- 아그네스
아버지에게 상속받은 막대한 재산과 부로 훈훈한 암스테르담 사교계의 남자 프란츠 미어만스와 결혼하게된다. 프란스와 아그네스가 관리하는 설탕에 대한 판매권을 요하네스에 제공하고 설탕을 빨리 판매하길 원하지만 요하네스의 판매전략과 여유에 다소 심기 불편한 상태이다. 넬라를 가여워하면서도 정작 본인의 심리적 상태는 좀처럼 차분하게 하지 못하는 전형적인 귀족여인이다.
- 미니어처리스트
넬라의 이목을 끄는 미니어처 광고로 넬라의 신혼 선물인 장식장의 장식품을 오더받지만 그 이후엔 주문을 하지않아도, 넬라의 미래와 관련된 미니어처를 발송하는 의문의 여인. 그녀의 행방과 사연은 아무도 모른다.
독서평으로 등장인물 정리를 특별히 하지 않는 편인데. 이 소설은 등장인물간의 관계와 얽힌 관계가 거미줄처럼 얽혀들어가서 다시한번 인물들을 정리해 보았다. 특히 시뇨르(높은 상인? 성인남자를 지칭하는 말)라는 단어가 빈번하게 사용되고, 고유명사 이름을 각기 다르게 부르는등의 바리에이션과 원본 텍스트를 그대로 살리려는 역자의 의도가 오히려 소설을 이해하는데 다소 방해요소가 된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있다.
이런 사소로운것에서 부터 지치니, 초반에 주요한 이야기 흐름으로 넘어가기 전까지 다소 스토리라인이 루즈해지는 면이 없지않아 있다.
특히, 예상가능한 반전과 예상하지 못한 반전이 후반부에 고구마 뿌리처럼 얽혀나오면서 이게뭐지? 하는 순간 시대적으로 어쩔 수 없이 나약한 등장인물들의 순응과 불투명한 미래에대한 결말은 '그럴거면 이렇게 복잡한 인물관계가 뭔 의미가 있는거냐. '라는 일말의 허탈감을 주기도 한다.
다만, 소설로서는 흔치않은 암스테르담 배경의 실존배경을 매우 높게 복원한 사회상과 (작가는 이 소설을 위해서 4년의 시대조사와 자료정리 작업을 진행했다고 한다...) 실제 존재하는 골동품(미니어처 장식장)에서 시작되는 소설의 INTRO는 가공할만 하다고 생각한다.
3줄요약
+ 중세 암스테르담빠라면 강추
+ 인물간의 복잡한 심리관계 서술에 관심 있다면 강추
+ 엄청난 교훈과 흥미성 노블을 원한다면 비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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